선택의 기준을 바꾸고 머물게 하기

2026.9.25 · 오전 10:34

시장의 기존 업체들은 제품 성능으로 경쟁한다.

하지만 고객은 제품만 사지 않는다.
덜 번거롭고, 더 믿을 수 있고, 시간을 아껴주고, 익숙하고, 기분 좋은 경험까지 함께 산다.

같은 생수라도 집 앞까지 정기배송해주면 더 비싸도 '들고 오지 않아도 되는 것'에 지갑을 여는 고객들이 있다.
중고폰을 개인 거래보다 비싼 인증 중고몰에서 사는 이유는 '속지 않는다는 안심' 때문이다.

레드오션 시장에서 '기회'는 제품이 아니라 바로 이 부분을 '더 낫게' 새롭게 설계하는 데서 나온다.

아래 질문들로 기회를 찾아보자.

고객은 돈을 내면서도 어디서 가장 불편해하는가?
Casper Sleep은 매장 방문과 대형 배송의 번거로움을 '박스에 압축한 매트리스와 100일 무료 체험'으로 바꿨다.

아직 사지 않는 사람들은 왜 시장 밖에 있는가?
Canva는 전문가 전용이던 디자인 툴에 쉬운 에디터와 템플릿을 더해 비전문가의 학습 장벽을 없앴다.

업계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격·유통·사용 방식은 무엇인가?
Dollar Shave Club은 매장에서 비싼 면도날을 사던 습관을 온라인 직판 구독으로 바꿨다.

놀고 있는 공간·시간·재고·데이터는 없는가?
Airbnb는 비어 있는 방과 집을 숙박 공급으로 연결했다.

아직 고객이 여러 도구를 조합해 해결하는 일을 하나로 묶을 수 없는가?
Notion은 문서·위키·DB·프로젝트 관리를 하나의 업무 공간으로 합쳤다.

전국 단위 서비스를 특정 지역·업종·상황으로 좁히면 더 강해지지 않는가?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동네' 단위로 좁혀 신뢰와 편의를 함께 높였다.

그리고 꼭 던져야 할 마지막 질문 하나.

경쟁사가 이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는가?
Casper와 Dollar Shave Club은 진입 방식이 쉽게 복제되기에, 초기의 기세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 반면 Airbnb와 당근마켓은 사용자가 모일수록 강해지는 구조를 만들었기에 계속 살아남았다.

기존 시장을 바꿀 필요는 없다.
고객이 선택하는 기준을 바꾸면 된다.

새로운 기준은 고객에게 새 길을 내주는 것과 같다.
하지만 길은 누구나 따라 걸을 수 있다.
그래서, 길을 낸 뒤에는 고객이 그 길 위에 머물고 싶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당근마켓에 이웃이 모일수록 동네 거래가 더 믿을 만해지고, Notion에 기록이 쌓일수록 다른 도구로 옮기기 어려워지는 것처럼.

선택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 시작이라면, 그 기준이 우리 쪽에 머물게 하는 것이 완성이다.